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즐겁게, 행복하게 읽을 줄은 나도 몰랐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공지영의 모든 소설과, 기행집, 산문집 그리고 기타 글들을 읽었다. 그녀의 소설은 내게 참 읽기 쉽고 재미있는 글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윤정모, 박완서의 소설보다 어쩌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공지영의 소설이 훨씬 읽기 쉽고 편하고 즐겁다.
내가 그녀를 소설가가 아닌,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또 엄마로서 이해하게 된 데에는 <수도원의 일기>가 그랬듯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그녀의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녀가 좀 더 열심히 소설을 쓰고, 좀 더 열렬히 살아가고 좀 더 행복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아간다면 좋겠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녀의 열여덟 살 딸인 위녕의 눈으로 그려보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함께 사는 식구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열여덟 살 딸 아이의 눈으로 그려보는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위녕의 입장에서야 성장소설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소설은 전적으로 즐거운 나의 집,에 함께 사는 가족, 식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집에는 위녕을 비롯해서 초등학생인 남동생 둥빈과 제제, 집안 일을 돕는 막딸 아주머니, 그리고 그녀의 선배인 서저마가 늘 함께 산다.(아니다. 서저마 아줌마는 그녀가 있을 때도 오지만, 그녀가 출장 중이거나 집을 장기 간 비게 될 때, 그녀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다)
위녕은 엄마가 이혼 한 후, 아빠와 함께 살다 아빠가 결혼하던 날 아빠를 떠나게 될 것을 예감한다. 그 후 7년이 지난 다음 아빠를 떠나 엄마의 집으로 온다.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 위녕은 참 많이 외로웠고 힘이 들었던 것 같다.(사춘기를 홀로 보내야만 했던 외로움이 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 치유받았음을 그녀 자신도 느끼게 된다.)
엄마와 아빠는 성격이 아주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헤어졌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엄마는 모든 것이 마음 쓰이는 데로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한 밤 중에도 해야 하는 자유스러운 사람이다. 좋은 음악이 있으면 춤을 추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또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열여덟 살인 딸 위녕과 맥주를 마시고 소주 잔을 채우기도 한다. 반면 아빠는 도덕선생님처럼 자기 생활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의 생활은 준비와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다. 월요일 저녁에 하는 일이 따로 있고, 밥 먹고 나서도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일 정도로 한 치도 틀림없는 사람이다.
엄마 집으로 돌아 온 위녕은 깔끔하게 정돈되고 흐트러짐 없는 아빠 집과는 달리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는 집에서 동생들과 아웅다웅 다투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인기 작가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엄마는 잔소리도 많고 소리도 잘 지르며 혼내기도 잘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엄청 교양 있고 우아한 것 같지만 집에서 만나게 되는 엄마는 그냥 엄마일 따름이다.
그녀의 집에선 때론 엄마가 딸처럼 굴기도 하고 딸이 엄마처럼 어른스럽게 굴기도 한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고 아빠가 돈을 벌어오는 보통의 평범한 집이 그립기도 하지만 위녕의 집 역시 보통의 집처럼 지지고 볶는 일들이 다반사다.
공지영은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과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물론 소설이다.(즐거운 나의 집이 순도 100프로 공지영의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혈연으로 꽁꽁 묶인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가족이 아닌 함께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돕고 배려하며 사는 아름다운 가족이야기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그녀가 뱉어내는 말들이 참 좋다.
그녀는 이번에도 나를 감동시키는 말을 하고 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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